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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엠마] 별비가 내리는 밤

~쵸님~ 2026. 5. 27. 01:30

>엔딩 이후, 앵스티-해피, 할로윈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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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오랜만에 별비가 내려, 제인은 창가에 앉아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는 그림을 그린다.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떠난 지도 몇 년째인지 셀 수 없지만-사실 세고 싶지도 않았다-, 그 얼굴만큼은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한다. 술기운에, 약기운에, 그것도 아니면 술과 약 모두에 취해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주 가끔 멀쩡한 엠마의 모습을 볼 기회가 제게는 있었다. 동그란 이마와 맑은 눈동자, 오똑한 코, 그리고 뭔가를 바르지 않아도 제법 붉은 빛을 띠는 입술. 첫눈에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로 정말 아름다웠던, 엠마 그레이. 지금 바로 마주 보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얼굴을 그려나간다. 
사실은 여전히 마지막 모습도 같이 눈에 밟혀서, 그 모습을 잊고자 더욱 ‘맑은’ 엠마의 모습에 집중한다. 
 ‘네 그림이 내 글을 위한 것이어야 했어, 내 글이 네 그림을 위한 게 아니라!’
 내 그림은 언제나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게 당신의 마음에는 닿지 않았던 걸까요. 그렇게 도망치듯 떠나와서, 한 번도 그 문을 열어보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이젠 엠마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감히 생각한다. 페이지처럼 엠마는 늘 죽음을 생각하던 사람이었고, ‘엠마 그레이’의 이름을 걸고 글을 쓰는 것이 인생의 소망이었던 사람이라서. 제 꿈은 엠마를 만나 이뤄졌지만, 엠마의 꿈은 저를 만난 바람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금만 더 옆에 있어 줄 걸 그랬어요. 당신이 날 밀어내는 것보다, 당신 자신을 괴롭히는 걸 보는 게 더 힘들었는데. 내가 조금만 더 버틸 걸 그랬어요. 미안해요. 엠마의 초상화 수만큼이나 쌓인 미안하다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제인은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려나간다.
 
똑똑-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에 불현듯 정신이 든 제인은 눈을 도르륵 굴린다. 이 시간에 누구지? 창은 이미 달빛이 제법 기울었고, 시계를 쳐다보니 새벽 2시가 넘은 시간이다. 
 
똑똑-
 
 다시금 들리는 소리에 제인은 창가에 그림을 올려두고 천천히 문으로 향한다. 
 “누구세요?”
 “...나야.”
 너무 익숙한 목소리, 하지만 두번 다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그 목소리가 들리자 제인은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지? 
 “문, 열어줄래? 열쇠가 없어서.”
 “아, 네, 열어드릴게요오...!”
 제인은 일단 생각을 멈추고 잠금장치를 풀고 손잡이를 돌려 천천히 문을 연다. 달빛을 등지고 선 그 모습은, 제 기억 속의, 그리고 지금도 그리고 있는 그 모습과 똑같아 말 문이 턱 막힌다.
 “뭐해? 그러지 말고 어서 들어가자.”
 인사도 없이 들어온 엠마는 아직도 얼이 빠져있는 제인의 손을 잡아 익숙하게 집 안으로 이끈다. 닿은 손에서 미약하게 느껴지는 온기가, 손발이 그리 따듯하지는 않았던 엠마의 온도와 정확히 일치해 제인은 여전히 말을 뱉어내지 못하고 그대로 이끌려간다. 제인이 있던 창가에 가서야 손을 놓아준 엠마는, 뒤집혀 있는 화판을 보고 묻는다.
 “뭘 그리고 있었어?”
 “.......네???”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제 볼을 꾸욱 꼬집어 보니 통증만 올라와 손바닥으로 문지르던 제인은, 엠마의 물음에 정신을 차린다. 봐도 돼? 가볍게 묻고는, 제인의 답을 듣지도 않고 뒤집어 그림을 본다.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제 모습에 엠마는 꼭 같은 미소를 띤다.
 “그렇게 그리고도 또 그리고 있는 게 나였어?”
 “...오늘은 별비가 내리는 날이어서요. 그러면 작가님 생각이 나요. 아니, 사실은 매일매일 작가님 생각을 하지만요. 그래도 별비가 내리는 날은 늘 작가님을 그려요.”
 엠마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창가의 반대편에 놓인 책을 집어 든다. 「별비」. 그리곤 익숙하게 ‘그 페이지’를 펼쳐본다. 제가 빼버렸던, 이제는 이 책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왈츠 그림이 담겨있는. 제인은 엠마가 그 페이지를 보는 걸 알고 침을 삼킨다. 손바닥에 조금씩 배어 나오는 땀을 앞치마에 닦으며, 조심히 엠마를 살핀다. 엠마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걸 보고서야 긴장을 놓은 제인은 한숨을 내쉰다.
 “...미안해.”
 엠마의 말에 제인은 다시 놀라 입이 벌어진다. 엠마는 이런 종류의 감정을 드러내는 말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 ‘미안하다’는 말과 더불어, ‘좋아한다’거나 ‘고맙다’라는 말들. 엠마가 주로 내뱉는 감정들은 ‘짜증 난다’ 혹은 ‘싫다’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제인은 제가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묻는다.
 “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내가 미안하다구. 그 얘기 하고 싶어서 왔어. 많이...늦었지만.”
 엠마도 그런 자기 자신을 잘 알기에, 제인이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게 조금 더 힘주어 말한다. 못 박는 말에 제인의 벌어졌던 입은 금세 밝은 웃음으로 바뀐다.
 “헤헤, 살다 보니 작가님께 미안하다는 말도 듣고, 너무 좋아요!” 
 그 말에 엠마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제인이 알아챌 새도 없이 다시 미소를 띤다. 그리곤 손을 뻗어 제인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는다. 제인은 눈을 감으며 엠마의 부드러운 손길을 느낀다. 처음 문을 열었을 땐 앳된 티는 사라지고 제법 어른의 얼굴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럴 때는 영락없이 아이의 모습이다. 만약 강아지였다면 지금 꼬리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엠마는 천천히 제인의 얼굴을 쓸어내린다.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살아있어 줘서, 내 글을 빛나게 해줘서.”
 그 말에 제인은 다시 눈을 뜨고 엠마를 바라본다.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얼굴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와 제인은 엠마의 손을 감싼다.
 “저는 작가님과 함께 작업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요. 그리구, 작가님이 저한테 모든 걸 다 남겨주셨으니까 제가 그걸 끝까지 살아서 지킬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곤 엠마의 손을 끌어와 손바닥에 입 맞추며 속삭인다. 나는 영원히 당신의 것이예요. 제인이 떨어지면, 엠마는 엄지로 제인의 입술을 한 번 훑고는 제가 먼저 입술을 맞댄다. 가만히 닿은 입술에서 온기가 퍼져나가고, 엠마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간다. 어떠한 움직임 없이 조용하게 닿았다가 떨어지니, 제인의 눈가가 한껏 촉촉해진 게 보인다.
 “울지 말고. 이쁜 얼굴 망가져.”
 그 말에 결국엔 눈물이 뚝, 떨어지지만 제인은 애써 닦아내며 부러 크게 웃어 보인다.
 “안 울게요. 작가님한테는 예쁜 얼굴만 보여드릴게요.”
 제 말이라면 무조건 듣는, 이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한 아이를 제 품에 꼬옥 가둔 엠마는 제인의 어깨에 기댄다. 눈을 감고, 입을 다물고, 닿은 품으로 서로를 온전하게 느낀다. 달이 조금 더 기울어지면, 엠마가 고개를 들고 제인의 귓가에 속삭인다.
 
나를 사랑해 줘서, 
고마워.
 
 아득하게 들려오는 그 목소리에 퍼뜩 눈을 뜨니, 엠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엠마의 초상화와 별비 책만이 창가에 옅어진 달빛을 받으며 덩그러니 놓여있다. 뭐지? 정말 꿈을 꾼 걸까? 하지만 꿈이라기엔 아직 엠마의 감촉이 생경하고, 뒤집어 둔 그림도 다시 앞면으로 돌아와 있으며, 덮어두었던 책도 왈츠 페이지가 펼쳐져 있다. 제인은 문득, 제 얼굴이 눈물로 젖어있다는 걸 깨닫는다. 정말, 인사를 전하고 싶어서 찾아와 준 거예요? 제인은 옷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곤, 다시 창가에 앉아 연필을 집어 든다. 그리곤 미소를 짓고 있는, 조금 전 봤던 그 모습을 그대로 담아 엠마의 초상화를 완성한다. 그 그림은 창가의 바로 옆, 제일 잘 보이는 벽에 걸어둔다. 그리고 조금 전 제가 그랬던 것처럼 환하게 웃어 보인다.
 
예쁜 얼굴만 보여드린다고 했으니까,
약속 지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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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쵸입니다
포타를 버리고 이사와서 오조오억년만에 들고 온 연성이 제인엠마라니~싶지만 요즘 더 펜이 너무 재밌네요 :3 
너무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사실 쪼금 문장이 맘에 안들긴 한데 뭐 수정하기도 애매해서 그냥 올립니다 
이번 글은 제가 좋아하는 할로윈과 같은 느낌으로 썼어요 (이전 할로윈 픽들을 보신 적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암튼 그래서 이 글은 꿈인지, 진짜인지, 아니면 제인의 환상인지 뭔지 정해두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마음대로 생각하고 편히 해석해주세요 :) 
그럼 낡고 지친 직장인은 이만,,,사라지겠습니다 다음엔 뭘 들고 올지 저도 모르겠네요ㅋㅋ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달아주시면 더 감사해요!